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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게 아니라 재편된다" AI가 바꾸는 일자리 지도

APEC 포럼서 드러난 노동시장 변화…기술·인구구조 충격 동시 대응 필요
"일자리 감소보다 전환" 국제기구 공감…한국형 고용안정 모델 주목

 

[어게인뉴스=박주현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이 노동시장 전반을 뒤흔드는 가운데, 일자리의 '감소'보다 '재편'이 핵심이라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와 국제기구, 산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논의한 결과,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고용 정책의 방향은 단순한 보호를 넘어 전환과 적응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는 서울에서 열린 'APEC 미래 일자리 포럼'을 통해 AI와 인구구조 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는 각국 정책 담당자와 국제기구, 기업 관계자 등이 참여해 기술 변화 속 일자리의 미래를 다각도로 진단했다.

 

논의의 출발점은 명확했다. AI는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직무와 산업을 만들어내며 노동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꾼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맞물리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를 AI가 보완하는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정부는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통해 변화 충격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각국 공통적으로 강조한 '전환 관리' 중요성 눈길

 

이번 포럼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각국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전환 관리'의 중요성이었다. 단순히 일자리를 지키는 수준을 넘어, 변화 과정에서 노동자가 새로운 역할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관계자는 "AI 시대 노동정책은 일자리 감소를 막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변화 영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사회안전망과 직업훈련을 결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은행 측 역시 직무 재교육과 역량 강화 정책을 미래 노동시장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꼽았다.

 

국내 전문가들도 유사한 의견을 내놓았다. 한 노동시장 연구자는 "AI로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그 혜택이 특정 계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고용 안전망과 재교육 정책이 함께 작동해야 사회적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콜센터 산업에서는 기존 상담 인력을 AI 기반 서비스 운영 인력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등장했고, 제조업에서는 위험 작업을 AI가 대체하면서 노동자의 역할이 관리·감독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산업안전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실시간 위험 감지 기술이 확산되며 노동 환경 자체가 변화하는 흐름이다.

 

이처럼 AI는 단순히 일자리를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직무의 성격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구조적 변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자리 영향 분석, 전직 지원, 직업훈련 강화 등을 핵심 축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 생애에 걸친 직무 역량 강화와 맞춤형 고용 서비스 제공을 통해 노동자의 적응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노동시장 정책이 '속도'와 '포용성' 사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산업정책 전문가는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를수록 정책 대응도 신속해야 하지만, 동시에 취약계층 보호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안전망을 동시에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시대의 일자리는 줄어들기보다 형태를 바꾸며 재편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변화 자체가 아니라, 그 변화에 사회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점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