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아] 기후 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수소는 더 이상 미래 에너지의 수사가 아닌,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넥스트(NEXT) 수소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차세대 수소 기술 국산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2월 6일 오후, 대전 한국연구재단 청사에서 수소 기술 연구자 간담회를 열고 청정수소 생산·저장·활용 전반에 걸친 연구 현황을 점검했다. 단순한 연구 성과 보고를 넘어, 기후 위기 대응과 미래 수소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전략을 연구자들과 함께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정부는 올해 수소 전주기 기술 자립화를 위해 총 427억 원을 투입한다. 이는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규모로, 수소 기술을 단기적 실증을 넘어 국가 전략 기술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투자의 중심에는 '국가 수소 중점연구실'이 있다. 과기정통부는 알카라인과 고분자 전해질막(PEM) 수전해 등 현재 상용화 단계에 근접한 핵심 기술의 성능 검증 체계를 강화하고, 연구 성과가 기업 실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동 실증과 연계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만 251억 원이 투입된다.
동시에 정부는 기술 성숙도는 낮지만 시장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지닌 차세대 수소 기술에도 시선을 두고 있다. 프로톤 전도성 세라믹 수전해(PCEC), 광분해 수소 생산, 바이오 수소 등 기존 수전해 기술을 넘어서는 새로운 청정수소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176억 원을 별도로 투자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공개된 연구 성과는 이러한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는 사례들로 채워졌다. 세종대 박준영 교수팀은 차세대 수전해 기술로 주목받는 PCEC 분야에서 저비용·고효율 전극과 촉매를 개발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기술은 미국과 유럽 특허 출원은 물론, 기업 창업과 기술이전으로 이어지며 공공 연구 성과가 산업으로 연결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유기성 폐기물을 활용한 고효율 수소 생산 균주와 공정 기술을, 고려대 연구진은 초다공성 구조를 활용한 고성능 수소 저장 소재를 발표했다. 광주과학기술원은 태양광과 수소 생산을 결합한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광전기화학 수소 생산 시스템을 선보이며, 재생에너지 연계 수소 기술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자들은 한목소리로 '기술 가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험실에서 검증된 원천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장기적 실증과 안정적인 연구 환경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수소 분야는 기술 개발 주기가 길고 초기 투자 부담이 큰 만큼, 단절 없는 정책 지원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차별화된 청정수소 기술을 집중 육성하는 신규 연구개발 사업을 기획 중이다. 기존 알카라인·PEM 수전해 중심의 기술 구조에서 벗어나, 차세대 수소 생산 기술을 병행 육성함으로써 공급원의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대현 과기정통부 미래전략기술정책관은 "수소는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핵심 수단"이라며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 우리 수소 기술이 글로벌 초격차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 현장 소통은 수소 기술을 '미래 가능성'이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