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뉴스=김혜경 기자] 치매로 인한 판단 능력 저하가 곧바로 재산 상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정부 차원에서 본격 검토되고 있다. 치매 환자와 가족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사기·횡령 등 경제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재산관리에 직접 관여하는 '치매안심재산관리' 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2월 3일 이스란 제1차관 주재로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법조계와 금융계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는 이 제도를 2026년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검토 중이며, 치매 환자의 권리 보호와 경제적 안전망 강화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는 본인 또는 후견인의 의사에 따라 공공기관과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계약에 근거해 의료비·요양비·생활필수품 구입 등 일상적 지출을 관리·지원하는 방식이다. 신탁법에 따라 재산의 관리 권한과 소유권을 특정 목적에 한해 이전함으로써, 제3자의 개입이나 악용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구조다.
◆'후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현장의 문제의식
정부가 이 제도를 검토하게 된 배경에는 기존 성년후견 제도의 한계가 있다. 후견인을 지정하더라도 관리 범위가 불명확하거나, 가족 갈등과 비용 부담으로 제도 이용을 꺼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특히 판단 능력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초기·중기 치매 환자의 경우, 재산 관리 공백이 사기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복지부는 공공기관이 개입하는 신탁 방식이 이러한 공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돌봄 지출처럼 목적이 명확한 사용에 한해 재산을 관리하면, 환자의 생활 안정과 재산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소유권 이전에 대한 심리적 부담, 공공의 책임 범위 설정, 금융기관과의 역할 분담 등은 제도 설계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제도의 법적 안정성과 금융 실행 가능성, 이용자 보호 장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공 신탁이 '과도한 개입'으로 비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보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세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스란 제1차관은 "인지 능력이 저하된 치매 어르신들의 권익을 지키고 경제적 안심을 드리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라며 "첫걸음을 떼는 사업인 만큼 국민 눈높이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모아달라"고 밝혔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치매 환자의 재산 보호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과제가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치매안심재산관리 제도가 후견제도의 대안이자 보완책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향후 시범사업 설계와 실행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