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뉴스=박두진 기자] 전세사기 피해 구제 방식이 '사후 지원'에서 '최소 보장'으로 전환된다. 동시에 부동산 개발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면서, 피해자 보호와 주택공급 확대라는 두 축이 동시에 가동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특별법」과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 개정안이 4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최소보장'과 개발사업의 '속도전'이다. 기존 제도가 경매 결과에 따라 피해 회복 수준이 달라지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국가가 일정 수준을 직접 보전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우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으로 임차보증금의 3분의 1을 국가가 보장하는 '최소보장제'가 도입된다. 경·공매 종료 후 피해 회복 금액이 보증금의 1/3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구조다.
특히 신탁사기 등 무권계약 피해자에 대해서는 경매 이전에 지원금을 먼저 지급하고 사후 정산하는 '선지급-후정산' 제도가 새롭게 적용된다. 그동안 피해 구제 절차가 길어지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다.
또 지원금이 압류나 담보 제공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제한해,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가능하도록 했다.
◆"피해 구제 속도전 vs 공급 규제 완화"…정책 축 이동
이번 개정은 단순한 지원 확대를 넘어, 전세사기 대응 체계를 구조적으로 바꾸는 성격이 강하다.
기존에는 피해주택을 공공이 매입하고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경매 유찰 등으로 매입이 지연되면서 피해자 간 회복 격차가 발생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피해주택 매입 절차도 대폭 손질됐다. 입찰이 없는 경우 피해자 등이 최저매각가격으로 우선매수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주택사업자에는 경·공매 유예 및 정지 신청 권한을 부여했다.
또 협의매수나 공개매각 방식으로 주택을 매입할 경우에도 취득세 감면을 적용해 매입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주거 지원 사각지대도 보완된다. 경·공매가 종료됐지만 주택을 확보하지 못한 피해자 역시 공공임대주택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전세사기 예방 기능도 강화된다.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는 기존 피해자 지원을 넘어, 계약 전 권리관계 분석 등 '사전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한편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 개정은 공급 측면의 병목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의 법적 근거 마련이다. 해당 센터는 인허가 과정에서의 유권해석 제공과 기관 간 갈등 조정 역할을 맡는다. 이미 2025년 11월 26일부터 시범 운영 중이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제도적 기반이 확보됐다.

여기에 '감사면책 규정'이 도입되면서 공무원의 적극 행정을 유도하는 장치도 마련됐다. 그동안 특혜 시비 우려로 인허가 판단이 지연되던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도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시장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소보장제 도입을 위해 약 279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했으며, 법 시행 시점에 맞춰 신속 집행할 계획이다. 다만 최소보장제와 선지급 제도는 하위법령 정비 등을 거쳐 공포 후 6개월 이후 시행된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이번 개정은 피해자 보호와 공급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이라며 "전세시장 신뢰 회복과 공급 정상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겨냥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주거정책 전문가는 "최소보장제 도입은 전세사기 대응에서 국가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다만 재정 지속 가능성과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