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뉴스=박두진 기자] 중대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정부가 형이 확정된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며 '사후 처벌'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압박하는 방식의 정책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3월 31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형이 확정된 사업장 22개소를 관보와 누리집을 통해 공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상은 2025년 하반기 형이 확정된 사업장들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뿐 아니라, 사업장 명칭과 사고 내용, 원인, 최근 5년간 재해 이력까지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2023년 9월부터 반기별 공표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44개 사업장이 공개됐다.
이번 공표 대상 사업장 경영책임자 가운데 1명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22명은 징역형 집행유예, 1명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동시에 선고받았다.
특히 반복 사고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기업이 포함되면서 경각심을 키우고 있다. 한 사업장은 2021년 3월과 4월, 2022년 2월까지 사망사고가 이어졌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됐고, 법인에는 20억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는 현재까지 중대재해 관련 최고 수준의 벌금이다.
◆반복되는 '기본 미준수'…현장 안전관리 한계
사고 원인을 살펴보면 복잡한 기술적 문제보다 기본적인 안전관리 부실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표적으로 콘크리트 타설 공법 변경 이후 구조 검토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하다가 외국인 노동자 2명이 매몰 사망한 사례도 포함됐다. 해당 사고는 기본적인 사전 검토만 이뤄졌어도 예방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현장 관리 부실의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전체 공표 사업장 44개소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위반된 조항은 '유해·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 점검'으로 총 41회(24%)에 달했다. 이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 수행 조치 미흡'이 37회(22%)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의 상당수가 '예측 가능한 사고'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사고 원인을 보면 고도의 기술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안전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법 강화보다 현장 실행력이 더 중요한 단계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강력한 처벌과 함께 예방 중심 정책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안전을 소홀히 한 기업에는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며 "기업이 안전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소규모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을 확대해 안전관리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처벌과 지원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벌 사례와 공표가 누적되면서 기업의 책임 경영 압박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사고와 기본 미준수 문제가 드러나면서, 법과 제도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의 변화가 뒤따를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로 남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