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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빼앗겨도 하소연 못하던 기업들"… 신고부터 수사까지 한 번에 해결된다

26일 '기술탈취 신문고' 조기 출범… 부처별 흩어진 창구 통합
입증 부담 완화·제재 강화 예고… 실효성 확보가 정책 성패 가른다

[어게인뉴스=박두진 기자]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이 유출되거나 탈취당해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던 구조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고 창구가 부처별로 나뉘어 있어 피해 기업들이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지'조차 혼란을 겪던 현실에서, 정부가 범부처 통합 대응 체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범정부 대응단'은 26일 '중소기업 기술탈취 신문고' 출범식과 함께 확대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술탈취 피해 대응을 위한 통합 창구 운영에 본격 착수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월 출범한 대응단의 첫 협업 성과로, 당초 하반기 예정이던 시스템을 앞당겨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신설된 신문고는 단순 민원 접수 기능을 넘어 신고·상담부터 지원사업 연계, 조사 및 수사기관 연결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대응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그동안 여러 기관을 전전해야 했던 피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신고는 했지만 해결은 못 했다'… 구조적 한계 넘을까

 

기술탈취 문제는 오랫동안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애로사항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기업에 집중되고, 절차가 복잡해 실질적인 구제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이었다.

 

 

이번 통합 창구 도입으로 최소한 '접근성' 문제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지식재산처,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주요 기관이 동시에 참여하면서 사건 대응의 속도와 연계성도 강화될 전망이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는 정부뿐 아니라 중소기업 협·단체, 전문가, 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해 기술보호 정책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기술탈취가 개별 기업의 피해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입증 구조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지식재산 전문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피해 기업이 모든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구조였다"며 "수사기관과의 연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자료 확보 지원이 강화돼야 체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산업정책 연구자는 "기술탈취는 단순 분쟁이 아니라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가해 기업에 대한 제재 수준이 실제로 강화되지 않으면 예방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고 속도전에 나설 방침이다. 공정거래 당국은 법 집행 강화를 예고하며 가해기업 제재를 높이는 한편, 피해기업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 보호를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의 핵심 과제로 규정하고, 범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식재산 당국 또한 기술유출 문제를 국가 혁신 역량과 직결된 사안으로 보고 대응 강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책 효과는 실제 운영 과정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신고 접수 이후 처리 속도, 수사 연계의 실효성, 피해 구제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만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 '기술탈취 신문고' 출범은 단순한 행정 창구 통합을 넘어, 기술 보호 정책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제도가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작동하느냐다.